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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보이는 연습, 나를 드러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진지하게.

머릿속에서 우르르쾅쾅 하는 생각들, 얘기들을
예전엔 블로그로 이리저리 쏟아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냥, 꼭꼭 잠궈두고만 있는 것 같다

어째서일까.
아마 자신을 초라하다고 여기는 순간들이 잦아지던 시절과 맞물리는 것 같다

말을 줄이려고 하다 말하는 법을 까먹어버렸다는 걸 알아버린 어느 날이 떠오른다
이러다 난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이 되버릴 것 같다

솔직하고 싶어서, 지인들이 모르는 공간에 모르는 이름으로 글을 쓰는 것이
유일한 숨구멍이었는데. 그 숨구멍을 왜 막아버린 건지 잘 모르겠다

Tags: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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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동네. 이사온 지 9개월째.
동네 이름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걸어서 5분거리에 있는 카페를 알게 됐다
추어탕, 산채비빔밥, 낙지, 보쌈 등 전통적인 음식점이 골목골목 있는 블럭인데
우리밀로 직접 아침마다 구운 빵에 유기농재료를 사용해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브런치카페가 자리잡고있(었)던 거다

구경이나 가볼까 하고, 영업시간을 물으려 전화를 걸었다
첫번째엔 받지 않았고, 두번째 걸자 주인이 바뀌었고 지금은 공사중이니 일주일쯤 후에 방문해줄 수 있겠냔 답을 들었다
아쉬움..

그리하여 좀 전에 산책 겸 동네 마실을 다녀왔다
이리저리 걸으니 디저트카페도 있고 초등학교도 있고
야식전문배달점도 있고.
그러다 ‘자반고등어 도소매’라고 큼지막하게, 여러번 붙여놓은 가게를 봤다
불은 꺼져있다
‘자반고등어’와 ‘도소매’가 함께 쓰이니, 뭔가 생경했다

이제는 먹지 않지만
고등어는 내가 꽤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고등어반찬은, 내 머릿속에서는,
바다에서 헤엄치다 잡혀서 곧장 밥상으로 오는 것이었다
생선을 파는 시장, 고등어를 고르면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지느러미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토막내서 소금을 뿌리는 것.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고등어들도 ‘도매’로 시장에 들어와
내가 ‘소매’하는 것이니까.
자반고등어를 ‘도소매’, 한다고 하니
등푸른 것들이 여러개의 커다란 드럼통 같은 데에 가득 들어있고
그걸 손질하는 누군가와
소금을 뿌리는 누군가와
포장하는 누군가.가 한 공간에서 끝없이 일하는 모습이 연상됐다
캔음료나 운동화 같은 물건들 뿐 아니라
그런 음식도 ‘공산품’의 일종이라는 것.

아침에 눈을 뜨면
찰랑이는 물뿌리개를 가지러 화장실에 간다
내 목을 축이기 전에, 옥상 풀잎들에 뿌려주려고.
오늘은 잎들을 좀 따다가 친구와 먹었다
이제 더는 어리지 않지만, 다 자라지도 않은 청소년잎들.

헌데 생각해보면
어린잎도, 누군가는 적당한 어린잎을 종일 수확하고
누군가는 그걸 세척해서 포장하는 이에게 넘겨줄 것이다
그게 전국의 마트 진열대에 올라가고.
일자리 창출 도시화 편리한 삶, 으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이
감정적으론 너무 기괴하게 다가온다
내가 너무 비약하는 것일까.

농부가, 어부가, 동물농장이 주는 이미지와
그것들이 거치는 ‘공장’이 연상시키는 것의 차이.
직접 사과나무를 키울 수 없고, 직접 바다낚시를 할 수 없으며,
직접 동물을 사육할 수 없으니까, 이런 삶이 ‘당연’한건데
이런 부분들에 의문을 갖는 게 오히려 좀 ‘이상’한건데

'노동'이 무한히 긍정적이거나 혹은 부정적인 것이 아님에도
직접 사과나무를 키우지 ‘못’하는 삶에서 과연 여유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 ‘착취’와 들러붙어버린 노동현장의 문제일까.

거기에 덧붙여, 사과나무가 열매맺도록 보살피면서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다른 어딘가에서 다른 무언가를 통해 배울 수 있는걸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사과나무를 키우지 ‘않’거나, 사과를 사다먹는 것과는 다르다
나무를 돌보는 데에 재주가 없거나 사과 알레르기가 있다거나 하는 개별적인 상황을 포함한다 해도,
내가 원치않는 단일한 방식으로 움직이는 세상의 효율성이 내 삶에 무엇을 안겨주고 또 무엇을 빼앗아가는지,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본 적 없으니 짐작만 해볼 뿐이다
한편으론, 어쩐지 억울한 기분도 들고.

여기까지 이런 글을 쓴 나도 이젠 좀 기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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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대책없이,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타인을 믿어버리는 그 마음이 난 신기하다

동물이나 어린 아이가 그러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나 겨를 없이 그냥 품게 되는데
어리지 않은 이가 그러는 건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내겐 그 마음의 ‘이해’가 필요하다

왜 저렇게 덜컥 믿어버리는 걸까
혹은 어째서 날 덜컥 믿는 듯이 느껴지는걸까,
확실한건

기쁘다.
고맙다.
그리고, 부럽다.

스스럼 없이 자신을 열어보이는 이를 마주하면
겁이 나지만, 동시에 고맙고 또 부럽다
나는 그럴 수가 없는데.

아마 상대가 내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가 아닐 것이다
내가 받지 못하는 것.